연애의 기술 중 밀당이라는 것이 있다. 밀당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너무 빨리 마음을 보이면 불리해지고, 상대보다 조금 덜 표현해야 관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쉽게 비효율적인 균형을 만든다. 죄수의 딜레마 구조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각자는 상대에게 진심을 표현할 수도 있고, 상처를 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둘 다 진심을 표현하면 관계는 가장 좋은 상태에 가까워진다. 신뢰가 생기고, 감정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추측이 줄어든다. 반대로 한쪽만 진심을 보이고 다른 한쪽이 방어적으로 굴면, 진심을 보인 사람은 취약해진다. 그는 상대보다 더 많이 드러냈고, 그래서 더 많이 다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의 관점에서는 방어적인 태도가 안전해 보인다. 상대가 진심을 보일 때에도 나는 조금 물러서 있는 편이 손해를 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대가 방어적으로 굴 때에도 나 역시 방어적으로 구는 편이 덜 초라해 보인다. 즉 어떤 경우에도 방어는 괜찮은 선택지처럼 보인다.

이 상황을 보수 행렬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각 칸은 (나의 결과, 상대의 결과)를 나타낸다.

  상대: 진심 표현 상대: 방어
나: 진심 표현 둘 다 최선 — 신뢰·친밀 (3, 3) 나만 취약, 최악 (0, 5)
나: 방어 상대만 취약, 내가 우위 (5, 0) 애매한 정체, 차선의 나쁨 (1, 1)

숫자를 세로로 훑어보면, 상대가 무엇을 선택하든 나에게는 방어가 항상 더 큰 보수를 준다. 상대가 진심을 보이면 나는 5(우위)를 얻고, 상대가 방어하면 나는 1(정체)을 얻는다. 반대로 내가 진심을 보이면 각각 3과 0에 그친다. 그래서 개인의 합리성만 따르면 두 사람 모두 방어를 선택한다.

문제는 둘 다 같은 계산을 할 때 발생한다. 두 사람 모두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을 숨기면, 둘 다 원하는 관계에 도달하지 못한다. 아무도 크게 다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아무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 서로 관심이 있으면서도 확인하지 못하고, 호감이 있으면서도 의심하며, 관계는 애매한 상태에 머문다. 표에서 (1, 1) 칸이 바로 그것이다. 각자 자기 몫만 보면 합리적으로 도달한 지점이지만, 둘이 함께 도달할 수 있었던 (3, 3)에 비하면 명백히 더 나쁘다. 이것이 연애에서의 죄수의 딜레마다. 각자에게 안전해 보이는 선택이 둘에게는 더 나쁜 결과를 만든다.

밀당의 위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밀당은 감정을 숨기는 일을 전략으로 만든다. 그러나 관계는 정보가 부족할수록 나빠지는 게임이다. 한쪽이 표현을 줄이면 다른 쪽도 표현을 줄인다. 한쪽이 일부러 늦게 답하면 다른 쪽도 속도를 조절한다. 한쪽이 무심한 척하면 다른 쪽도 더 이상 다가가지 않는다. 이렇게 관계는 서로를 보호하려는 행동 때문에 점점 차가워진다.

물론 항상 무제한으로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뜻은 아니다. 관계에는 위험이 있고, 상대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문제는 방어가 기본값이 될 때다. 방어는 예외적인 조정 수단이어야지, 관계를 운영하는 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계속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처를 피할 수는 있어도, 친밀감 역시 피하게 된다.

반복 게임에서는 단 한 번의 선택보다 이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그래서 완전히 나이브한 전략도, 완전히 냉소적인 전략도 가장 좋지는 않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신뢰를 보이고, 상대가 그 신뢰를 훼손하면 조정하되, 이후에 다시 협력할 기회를 주는 방식이 더 안정적이다. 이는 연애에서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모든 마음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하지만, 계속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실패를 부른다.

결국 건강한 관계는 상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둘 다 더 나은 상태로 이동하는 게임이다. 밀당은 이 사실을 감춘다. 그것은 상대보다 덜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게 만들고, 관계의 성공보다 개인의 방어를 우선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상호 협력이다. 둘 다 마음을 감추는 관계는 안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전은 종종 행복을 포기한 대가로 얻어진다.

그러므로 밀당은 세련된 전략이라기보다, 반복되는 관계에서 불신을 학습시키는 방식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당신을 덜 다치게 해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둘 다 덜 솔직하고, 덜 가까우며, 덜 행복한 균형에 묶어둘 가능성이 크다. 연애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시작할 만큼은 드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