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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란 무엇일까?

빛은 전자기 횡파(Electromagnetic transverse wave)이다. 전자기라 함은 빛이 전기장(Electric field)과 자기장(Magnetic field)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횡파라 함은 파장의 진행방향과 파장의 진동방향이 서로 수직이라는 것이다.

빛의 파장(Wavelength)에 따라 빛을 분류할 수 있다. 0.01나노미터로 아주 짧은 파장을 가진 감마선부터 파장이 10,000킬로미터가 넘는 ELF(Extremely Low Frequency)까지 아주 넓은 스펙트럼의 빛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인간이 볼 수 있는 파장 대역은 대략 400나노미터에서 700나노미터 사이의 가시광선 영역으로 매우 좁다.

빛은 어떻게 물질과 상호작용하는가? 원자 단위에서 살펴보자. 양성자는 원자의 중심에서 양전하를 띠는 덩어리이며, 전자들은 그 주위를 음전하로 둘러싸며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과 같이 존재한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빛(전자기파)은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이루어진 파동인데 이 중에서도 전기장이 양전하를 전기장 방향으로, 음전하를 그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

이때 가속된 전하는 모든 방향으로 새로운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입사된 빛의 에너지는 일부가 물질에 흡수(Absorption)되고, 나머지는 다시 전자기파 형태로 방출(Emission)된다. 이러한 과정을 산란(Scattering)이라고 부른다.

산란된 빛이 원래의 빛과 같은 파장을 가질 때 이를 탄성 산란(Elastic scattering)이라고 하며, 빛이 여러 주파수 성분을 가질 경우 각각의 주파수는 물질과 독립적으로 상호작용한다. 형광(Fluorescence)과 같은 비탄성 상호작용을 제외하면, 서로 다른 주파수 성분 간에는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다.

독립된 분자는 진동하는 쌍극자(Dipole)처럼 작용하여 모든 방향으로 빛을 산란하지만, 단일 분자의 복사는 진동축에 수직한 방향(측방향)으로 가장 강하다. 그러나 다수의 분자가 존재하는 실제 매질에서는 산란된 빛 사이의 간섭 효과로 인해 빛의 진행 방향(전면 및 후면)으로 상대적으로 강한 산란이 나타난다.

일부 분자는 입사된 빛의 전자기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빛을 흡수한 분자는 더 높은 에너지 준위로 전이하며, 이 상태를 흥분 상태(Excited state)라고 한다. 흡수된 에너지는 대부분 분자 진동이나 회전 운동으로 변환되어 열 에너지로 전환되지만, 일부는 다시 복사(형광, 인광) 형태로 방출되거나 화학 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러한 흡수 현상은 빛의 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각 분자는 고유한 에너지 준위 차이를 가지므로 특정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렌더링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수의 분자를 다룬다. 다수의 분자는 독립된 하나의 분자와는 다르게 빛과 상호작용한다. 서로 가까운 분자들은 파동을 일관되게 산란시키는데, 이는 파동 위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맞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빛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생기는 파동이 원래의 파동들을 단순히 더한 것보다 더 강해지게(보강 간섭, Constructive interference) 하거나, 반대로 더 약해지게(상쇄 간섭, Destructive interference) 만들 수 있다.

이상기체(Ideal gas)에서는 분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그 상대적 위치는 완전히 무작위이고 상관관계가 없다. 이로 인해 인근에서 산란된 파동들 사이의 위상차가 무작위화되어, 서로 비일관적(Incoherent)이게 된다. 따라서 간섭이 발생하지 않으며, 전체적인 산란은 개별 분자에서 관찰된 산란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매우 작은 액체나 고체 입자에서는 분자들이 빛의 파장보다 작은 덩어리 안에 빽빽하게 모여있다. 이 경우, 각 분자에서 산란한 빛의 파장들은 위상이 일치하여 보강 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하게 되며, 그 결과 산란한 파동의 에너지가 강화된다. 즉, 단위 부피 당 분자 밀도가 동일하더라도, 분자들이 덩어리(입자) 형태로 모여 있을 때는 산란한 빛의 세기가 훨씬 커진다. 이 때문에 구름과 안개가 매우 강하게 빛을 산란하는 것이다.

각 입자의 크기가 빛의 파장의 약 10분의 1 이하로 유지되는 한, 이러한 입자들이 무작위로 모여 있는 집합체는 개별 분자로 이루어진 이상기체와 유사한 방식으로 빛을 산란시킨다. 이러한 종류의 산란을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 때문에 한낮의 하늘이 푸르게, 그리고 일출이나 일몰 시에 붉게 보인다.

입자의 크기가 빛의 파장의 약 10분의 1을 초과하게 되면(대략적인 값이다.), 간섭 현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더 이상 보강(Constructive)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산란의 각도 및 파장 의존성이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과는 점점 달라진다. 이러한 형태의 산란을 미 산란(Mie scattering) 이라고 하며, 이는 안개, 구름, 연기 등과 같은 입자 집합체에서 가장 흔히 관찰된다. 이 때문에 흐린 하늘은 푸르지 않고 회색으로 보인다.

균일 매질

입자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더 큰 규모의 물질 집합체, 균질 매질(Homogeneous media, 균일한 간격으로 동일한 분자들이 채워진 볼륨)을 살펴보자.

사실 원자 하나하나의 단위로 본다면 균일 매질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균일 매질을 가정했을 때 문제가 훨씬 단순해지기 때문에, 광학에서는 문제를 이렇게 단순화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빛은 전자기파이므로, 물체의 광학적 특성은 물체의 전기적 특성에 깊게 연관되어있다. 전기적 특성에 따라 물체를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절연체(Dielectrics), 금속(Metals), 반도체(Semiconductors).

여기서 반도체의 경우 물리적 특성이 복잡하며, 렌더링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물체이므로 생략하고 절연체와 금속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절연체(Dielectric)에서는 모든 전자들이 원자핵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균일한 전기장(Constant electric field)을 가하면, 양의 전하를 띤 원자핵은 전기장의 방향으로 약간 이동하고, 음의 전하를 띤 전자는 반대 방향으로 약간 이동하지만, 두 입자는 여전히 서로 결합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번에는 균일한 전기장 대신 전자기파(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빛 또한 전자기파이다.)를 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인접한 분자들로부터 산란된 파동들이 결맞는 간섭(Coherent interference)을 일으키며, 입사된 파동과도 간섭하게 된다. 만약 분자들이 동일하고 균일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다면(Homogeneous media), 원래 파동의 진행 방향(Forward direction) 에서는 보강 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이 일어나고, 그 외의 모든 방향에서는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원래의 파장은 그 속력만 변화한 채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파동의 속력 변화, 즉 기존 파동 속력과 새로운 파동 속력의 비율은 매질의 광학적 성질 중 하나인 굴절률(Index of Refraction, IOR)이라 부른다.

금속에서 내부 전자(Core electrons)는 원자핵에 강하게 결속되어 움직이지 않지만, 외곽의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s)는 약하게 결속되어 있어 금속 전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전도 전자(Conduction electrons)는 금속 내에서 집단적으로 존재하며, 외부에서 균일한 전기장이 가해지면 전기장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여 전류를 형성한다.

반면, 전자기파가 금속 덩어리에 닿으면, 그 안의 진동하는 전기장(Wiggling electric field)이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s)들을 움직이게 하여 원래의 전자기파를 상쇄하는 와전류(Eddy currents)를 형성한다. 그 결과 금속 내부에서는 전자기파의 세기가 급격히 감쇠한다. 따라서 전자기파는 금속 내부로 깊이 침투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표면에서 반사된다.

굴절률은 금속에도 적용된다. 전자기파가 금속 내부로 소멸하기 전에 잠시 침투하는 짧은 거리 동안, 그 전파 속력은 변한다. 또한, 전자기파가 금속 내부를 진행하면서 거리와 함께 지수적으로 감쇠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이 있는데, 이를 감쇠 지수(Attenuation index) 라고 한다. 이 두 값, 굴절률과 감쇠 지수는 일반적으로 빛의 파장에 따라 달라진다.

이 두 수치가 결합되면, 절연체든 금속이든 어떤 매질이든 빛이 그 속을 통과할 때 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완전히 정의할 수 있다. 이들은 종종 하나의 복소수로 결합되어 표현되며, 이 값을 복소 굴절률(Complex index of refraction)이라고 부른다. 복소 굴절률은 빛이 매질을 통과할 때 얼마나 느려지고(굴절), 얼마나 약해지는지(흡수)를 동시에 설명하는 중요한 물리적 지표이다. 복소 굴절률을 사용하면 각각의 분자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매질을 하나의 볼륨으로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대부분의 매질은 완전히 균질(Homogeneous)하지 않다. 금속(Metals) 의 경우에는 이 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빛이 어차피 금속 내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연체(Dielectrics) 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절연체가 완전히 균질하다면, 투명한 물이나 유리처럼 입사되는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게 된다. 따라서 절연체가 불투명하거나 색을 띠려면, 그 안이 비균질(Heterogeneous)하거나, 절연체가 빛을 흡수해야 한다. 즉, 내부에 구성 차이나 입자 분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비균질 절연체(Heterogeneous dielectrics)는 내부에 입자가 포함된 균질 매질(Homogeneous medium)로 모델링할 수 있다.

모든 방향에서의 산란을 억제하는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은 분자들의 균일성(Uniformity)과 그로 인한 산란파의 일관성(Coherency)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만약 이 균일성이 국소적으로 깨진다면, 예를 들어 매질 내부에 다른 종류의 분자들이 모인 작은 덩어리, 공기, 기포, 밀도 변화 등이 생긴다면, 이러한 변화는 상쇄 간섭의 패턴을 붕괴시켜, 산란된 빛파들이 다른 방향으로 전파될 수 있게 만든다. 이와 같은 국소적 불균일성(Localized inhomogeneity)을 입자로 모델링할 수 있다. 기체 또한 각각의 입자를 모두 모델링하는 대신 이렇게 산란하는 입자들이 들어있는 균질(Homogeneous)한 볼륨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

이 모델링을 올바르게 수행하면 각 분자를 개별적인 산란체로 다루는 경우와 정확히 동일한 산란이 나타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것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0년경에 발견했다는 것.

당연하게도, 물질에 포함된 입자의 종류에 따라 물질의 외관은 다르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염료와 같은 일부 입자는 빛을 강하게 산란시키지 않지만,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이러한 특성은 유색 투명(Colored transparency) 효과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우유와 같이 빛을 흡수하지는 않지만 강하게 산란 시키는 입자도 있다. 이러한 산란은 보통 미 산란에 해당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팔과 같이 레일리 산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체로 어떤 매질의 겉보기 색상은 그 매질의 산란 특성과 흡수 특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결정된다. 산란은 대체로 흡수보다 파장 의존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산란은 매질의 전반적인 불투명도를 결정하며, 흡수는 색을 결정한다.

산란과 흡수는 모두 규모에 강하게 의존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몇 미터 정도의 작은 규모에서는 물은 거의 흡수를 보이지 않으며, 맑은 공기 역시 투명해 보인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즉 관찰 거리가 길어질수록 이 두 현상은 매우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 때문에 넓은 바다가 멀리서 보면 푸르게 보이고, 먼 산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며, 대기 중에서는 장거리에서 빛이 점차 약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생긴다. 이는 모두 흡수와 산란의 규모 의존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브젝트 표면

광학적인 관점에서, 물체의 표면은 서로 다른 굴절률 값을 가진 두 매질(부피)을 구분하는 2차원 경계면이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렌더링 상황에서, 외부 영역은 공기이며, 공기의 굴절률은 1에 매우 가깝기 때문에 보통 1로 단순화하여 근사한다. 내부 영역은 물체를 구성하는 재질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이 굴절률은 아래와 같은 복소수로 표현된다.

\[η+iκ.\]

여기서 η는 빛이 얼마나 굴절되는가를 나타내며, κ는 빛이 매질 속을 진행하면서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낸다.

광학적인 관점에서 물체의 표면에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있다. 첫째는 표면의 물질적 성질로, 이는 굴절률을 결정한다. 둘째는 표면의 기하학적 형태로, 이는 빛이 표면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먼저 표면의 물질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가장 단순한 표면 기하 형태인 완전히 평평한 평면을 가정하자.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빛이 굴절률이 급격히 변하는 경계면에 부딪히면 산란이 일어나며, 이는 여러 방향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표면이 평평한 경우는 이 현상의 특수한 형태로, 여기서 빛이 정확히 어떤 새로운 방향으로 나뉘는지를 살펴보자.

전기장과 자기장의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s)에 따르면, 입사한 빛은 정확히 두 방향으로 산란한다. 하나는 반사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투과 방향이다. 반사된 빛은 입사파와 표면 법선(Normal)에 대해 같은 각도를 이루며, 투과된 빛은 굴절률(Index of Refraction, IOR) 값에 따라 다른 각도로 굴절된다. 이때, κ값이 0인 경우(즉, 절연체의 경우)에 굴절 각도를 계산하는 식은 스넬의 법칙(Snell’s Law)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표면의 물질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표면의 기하학적 형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여기서 중요한 점은 표면의 거칠기가 빛의 파장과 어떤 관계를 가지느냐이다. 표면이 거칠게 되어 있는가, 아니면 매끄럽게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거칠기의 크기가 빛의 파장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가가 핵심이다.

이 관계에 따라 빛이 반사되거나 산란되는 방식이 달라지며, 결국 우리가 인식하는 물체의 광택, 매트함, 또는 질감이 결정된다.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표면의 불규칙성은 광학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다. 반대로, 빛의 파장보다 훨씬 큰 불규칙성은 단지 표면을 기울이는 효과만 낼 뿐, 국소적인 평탄함(Local flatness)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가시광선 파장의 크기와 비슷한 수준(약 1~100배 범위)의 표면 세부 구조만이 평면과는 다른 방식으로 빛을 반사시키며, 표면의 광학적 거동(Optical behavior)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영화나 게임 제작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셰이딩 모델은 다음 두 가지 전제 중 하나에 의존한다: 표면의 세부 구조가 빛의 파장보다 훨씬 크거나, 혹은 표면의 세부 구조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거나.

이러한 가정 덕분에, 실제로는 복잡한 미세 구조를 단순화하여 효율적으로 빛의 반사와 확산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가정, 즉, 표면에는 개별 빛의 파장 수준에서 의미 있는 세부 구조가 없다는 가정은 기하광학(Geometric optics)의 근본적인 기반이 된다. 기하광학은 지난 40년 동안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온 이론이다. 기하광학에서는 빛을 파동(Wave)이 아니라 광선(Ray)으로 모델링한다. 빛의 광선이 어떤 표면과 교차할 때, 그 교차점 근처의 표면은 평면으로 근사하여 다룬다. 이는 앞서 설명했던 반사와 투과를 논의할 때 사용했던 평면 표면의 경우와 동일하다. 즉, 기하광학적 접근은 빛의 파동 특성을 무시하고, 표면을 단순히 광선이 부딪혀 방향을 바꾸는 경계면(Boundary)으로 간주함으로써 복잡한 빛의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해 준다.

기하광학은 개별 빛의 파장보다 훨씬 큰 규모의 표면 불규칙성(Irregularities)도 다룰 수 있다. 즉, 거시적인 형태(예: 물체의 굴곡이나 면의 기울기)는 기하광학 모델 내에서 충분히 표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규칙성이 너무 작아서 개별적으로 렌더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을 때, 다시 말해, 화면의 한 픽셀보다 작은 규모일 때, 우리는 이를 미세 기하 구조(Microgeometry)라고 부른다. 이 미세 기하 구조는 직접적으로 모델링되거나 시각적으로 구분되지는 않지만, 빛의 반사, 확산, 광택 등 표면의 시각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컴퓨터 그래픽스에서는 이를 통계적 혹은 확률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마이크로페이셋(Microfacet) 모델 등의 접근이 사용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반사 방향과 투과 방향은 모두 표면 법선(Surface normal)에 의존한다. 따라서 미세 기하 구조가 표면의 여러 지점에서 이 법선을 변화시키면, 그에 따라 반사광과 투과광의 방향도 함께 달라지게 된다. 표면의 각 지점은 비록 하나의 특정한 방향으로만 빛을 반사하지만, 하나의 픽셀은 여러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는 수많은 미세한 표면 조각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보게 되는 최종 렌더링에서는 이러한 서로 다른 반사 방향들의 전체적인 합에 의해 결정된다.

대부분의 표면은 등방성(Isotropic)의 미세 기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회전 대칭(Rotational symmetry)을 가지며, 특정한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표면은 비등방성(Anisotropic) 구조를 가진 미세 기하를 지니고 있으며, 특정 방향으로 패턴이 정렬된 형태를 띤다. 이로 인해 반사나 하이라이트가 한쪽 방향으로 늘어나거나, 한쪽 방향으로 흐려지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거시적(Macroscopic) 관점에서는 미세 기하 구조를 명시적으로 모델링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통계적으로 다루며, 표면이 빛을 여러 방향으로 반사하고 굴절시키는 원뿔 형태로 간주한다. 표면이 거칠수록 반사 및 굴절되는 방향의 원뿔이 더 넓어지며, 그 결과 빛이 더 퍼지고 확산된 형태의 반사를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는 반사된 빛의 시각적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투과된 빛은 어떨까? 이는 물체의 재질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본 것처럼, 금속은 투과된 빛을 즉시 흡수하므로, 표면 아래에서의 빛 상호작용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균질한 절연체, 예를 들어 유리나 깨끗한 물은 투명하기 때문에 투과된 빛은 단순히 물체의 반대편 표면에 닿을 때까지 직진한다. 하지만 비균질 절연체(Heterogeneous dielectrics)에서는 상황이 훨씬 흥미로워진다. 이 경우, 표면 아래에는 참여 매질(Participating medium)이 존재하며, 굴절된 빛은 그 매질 내부를 통과하면서 산란과 흡수를 겪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물체 내부의 색, 투명도, 그리고 빛의 피하 산란(Subsurface scattering) 효과를 결정하며, 피부, 왁스, 대리석 등과 같은 재질의 사실적인 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투과된 빛은 흡수와 산란 과정을 거친 후, 그 일부가 다시 표면 밖으로 산란되어 나온다(Backscattered). 이렇게 재방출된 빛은 입사 지점으로부터 서로 다른 거리에서 표면을 빠져나온다. 이 입사점과 출사점 사이의 거리 분포는 산란 입자의 밀도와 기타 물리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픽셀 크기나 셰이딩 샘플 영역이 이 입사–출사 거리보다 크다면 셰이딩 계산에서는 이 거리를 사실상 0으로 간주할 수 있다. 즉, 입사점과 출사점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는 경우, 모든 셰이딩을 단일 지점에서 계산할 수 있으며, 그 지점의 색상은 오직 그 위치에 도달한 빛에만 영향을 받는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빛-물질 상호작용을 별도의 셰이딩 용어로 구분하는 것이 편리하다. 표면 반사로 인해 발생하는 항은 정반사(Specular)라고 부른다. 반면, 굴절, 흡수, 산란, 그리고 재굴절 등의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항은 확산 반사(Diffuse)라고 부른다. 즉, 정반사는 표면에서 직접 반사된 빛을, 확산은 물질 내부에서 산란된 후 나오는 빛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반대로, 픽셀 크기가 입사–출사 거리보다 작은 경우 셰이딩을 단일 지점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 이때는 특별한 피하 산란 렌더링 기법이 필요하다.

사실, 국소 확산 셰이딩(Local diffuse shading)과 비국소 피하 산란(Nonlocal subsurface scattering, 즉 diffusion)은 물리적으로 동일한 현상에서 비롯된다. 다른 점은 해상도와 산란 거리의 관계뿐이다. 흔히 이것은 재질 특성의 차이로 생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은 확산 재질, 피부는 피하 산란 재질이라고 구분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카메라와의 거리가 이를 결정한다. 플라스틱은 멀리서 보면 단순히 확산 재질처럼 보이지만, 근접 촬영에서는 뚜렷한 피하 산란 효과를 보여준다. 반대로 피부는 가까운 거리에서는 눈에 띄는 산란을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단순한 국소 확산 셰이딩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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