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에 인스타 스토리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스폰지밥의 전설의 뒤집개

코딩 에이전트를 통해 우후죽순 생산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스폰지밥의 전설의 뒤집개 에피소드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 스폰지밥은 용왕과 요리 대결을 펼친다. 용왕은 화려한 마법으로 햄버거 수백 개를 순식간에 쏟아낸다. 반면 스폰지밥은 아주 느리고 정성스럽게 햄버거 한 개를 만든다. 용왕이 이기는 듯싶었지만, 관중들은 겉보기엔 멀쩡한 용왕의 햄버거를 먹고 역겨워한다. 맛이 없는 것이다. 관중들이 화가 나 야유하자, 용왕은 스폰지밥의 햄버거는 더 맛이 없을 것이라며 항변한다. 그러나, 정말 맛있는 스폰지밥의 햄버거를 먹어본 용왕은 패배를 인정한다.

코딩 에이전트를 쓰면 기능 하나쯤은 금방 나온다. 조금만 더 붙이면 그럴듯한 서비스도 만들어진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중에서 실제로 계속 쓰이는 건 많지 않다. 분명 돌아가고,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 정이 안 든다.

어떤 프로덕트는 쓰다 보면 누군가가 꽤 오래 고민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버튼 하나, 문장 하나, 흐름 하나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별 차이도 아닌데 그 차이가 계속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심지어는 이게 속도나 기능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

예술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보기 좋은 이미지나 비디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작업들이 꼭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마치 관공서 홍보 AI 영상처럼.

대량 생산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수제품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서나 비슷한 것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더 느리고 더 많이 고민한 결과물의 차이가 선명해졌다. 지금은 물리적 생산품이 아니라 무형적 생산품이 생산 과정의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자체는 쉬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차이는 얼마나 빨리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고민했느냐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량 생산이 수제품의 가치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듯, 에이전트의 시대 역시 결국 잘 만든 것의 가치를 더 선명하게 만들지 않을까? 그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전설의 뒤집개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