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지성
유진 위그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이론물리학자다. 양자역학 연구로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현대 물리학을 만든 거장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막스 플랑크, 하이젠베르크, 폴 디랙, 레오 실라르드, 에드워드 텔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존 폰 노이만. 역사책에서나 등장할 이름들이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다.
그는 회고록 The Recollections of Eugene P. Wigner에서 동료들에 대한 흥미로운 평가를 남겼다. 평생 수많은 천재들을 만났지만,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한 두뇌는 존 폰 노이만이었다는 것이다.
위그너가 묘사한 폰 노이만의 정신은 거의 완벽한 계산 기계에 가깝다. 그는 문제를 보는 순간 전체 구조를 이해했고, 가장 복잡한 세부 사항까지 빠르게 파고들었다. 한 번 이해한 내용은 거의 잊지 않았으며, 머릿속에서 수많은 개념을 동시에 다룰 수 있었다. 위그너는 그의 두뇌를 천분의 일 인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리는 기어에 비유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평가는 더 흥미롭다. 위그너는 아인슈타인이 폰 노이만보다 계산도 느렸고 기억력도 완벽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물리학의 세부 사항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가 가장 즐거워했던 일은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위그너는 아인슈타인과 폰 노이만을 이렇게 비교한다.
아인슈타인은 발명에 특별한 기쁨을 느꼈다. 그의 가장 위대한 두 가지 발명은 바로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었는데, 폰 노이만의 그 모든 명석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그렇게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대의 어떤 물리학자도 해내지 못한 그런 독창적인 것들을 말이다.
이 평가는 지성에는 서로 다른 방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애초에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새롭게 정의하는 능력이다.
오늘날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폰 노이만이 떠오른다. 방대한 지식을 연결하고,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분석하며, 인간이라면 며칠이 걸릴 작업을 몇 초 만에 수행한다. 기존의 지식 체계 안에서라면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이것이 LLM의 근본적인 한계인지도 모른다. LLM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그 안의 패턴을 모델링한다. 축적된 지식과 표현된 사고의 구조 안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그 구조 자체를 의심하고 새로운 틀을 제안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미래의 인공지능도 그 한계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LLM은 기존 지식의 가장 뛰어난 해석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반면 아인슈타인적인 능력은 단순한 지능의 속도나 정보량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고, 기존의 문제 틀 자체를 의심하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원리를 붙잡는 능력에 가깝다.
아인슈타인의 독창성은 당대의 물리학자들이 공유하던 전제 자체를 다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계산 능력의 승리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중력을 하나의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기하학으로 해석하면서 탄생했다.
새로운 원리는 기존의 규칙을 더 잘 적용한다고 발견되지 않는다. 기존의 규칙만으로는 세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지능을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로 측정한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를 바꾼 사람들은 이미 답이 존재하는 문제를 푼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질문하는 사람들이었다.
미래의 인공지능도 언젠가는 그런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인간에게 남아 있는 중요한 역할은, 답을 더 빨리 찾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질문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비단 물리학뿐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 남은 뛰어난 예술가들은 대체로 기존의 양식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제안한 사람이었다. 인상주의도, 입체주의도, 추상미술도 처음에는 기존의 규칙을 어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새로운 질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궁금해진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질문은 무엇일까?
Okda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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