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는 사라지고 본질만 남는다 — 플래시 선배들
2025년 10월에 인스타 스토리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어도비 플래시가 웹을 지배하던 시절, 플래시를 잘 다루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 당시엔 아주 희귀한 인력들이었기 때문에 돈을 참 잘 벌었더랬다. 몇몇은 그걸로 먹고 살겠다고 학교를 자퇴하기까지 할 정도로. 모두가 알다시피 플래시는 2020년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럼 그 선배들은 어떻게 됐을까? 다 굶어죽었나?
어떤 선배들은 대학 졸업장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며 자퇴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반면에 어떤 선배들은 다른 형태로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 선배들의 미래가 갈린 것이 그들이 어디에 집중했느냐에 따른 차이라고 본다. 플래시라는 도구 자체에 집중했던 사람들은 플래시가 사라지고 난 뒤 전문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플래시를 도구로 사용해 디자인을 하던 사람들은 플래시가 없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컴피UI를 다룰 일이 좀 있어서 컴피를 공부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플래시 시절이 떠올랐다. 온라인 강의 기업들은 컴피를 안 다루면 뒤쳐질 것이라는 공포를 자극하고, 학생들은 예제 30개를 따라하는 강좌를 듣고 AI 전문가가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컴피 자체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애초에 사람 일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도구는 늘 쉬워진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때는 포토샵에서 얼굴 합성하는 것도 대단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오플럭스로 딸깍! 한번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아무튼 정답은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여러 방향을 두루 살필 수 있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구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비단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거의 모든 최신 이미지/비디오 생성 모델은 디퓨전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디퓨전 모델에는 이론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가우시안 분포를 따르는 가우시안 노이즈가 필수적이다. 포토샵 사용자라면 누구나 익숙할 가우시안 블러나, 가우시안 노이즈의 그 가우시안 맞다.
이 가우시안 분포는 전설적인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가 대중화한 분포인데, 그가 사망한 지는 100년 넘게 지났지만 그의 수학은 여전히 사용된다.
디퓨전 모델은 몇 년이나 갈까? 포토샵은? 컴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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