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에 인스타 스토리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최근 AI 등장 이후 바둑계의 변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바둑계는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가장 먼저 맞이한 분야 중 하나다. 그중 내 흥미를 끈 변화는 기풍의 소멸과 AI 일치율의 등장이었다. 이제는 바둑에서 나만의 독창적인 수보다 AI가 제시하는 정답에 얼마나 가까운지가 승률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 것이다.

이 변화를 보며 문득 다른 분야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당장 내가 몸담은 개발 분야는 어떨까?

개발에도 기풍 비스므리한 것이 존재한다. 명령형 프로그래밍이니, 함수형 프로그래밍이니, 각종 디자인 패턴이니,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AI가 제시하는 하나의 최적해가 등장하면 이런 기풍들은 싸그리 사라지고, 최적해 하나만 남게 될 것이다. 개발의 목표는 다양성이 아니니까.

그럼… 무엇이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까?

앞으로도 영원히 기풍이 허락될 것 같은 영역이 있다. 대표적으로 예술이다. 예술에는 정해진 최적해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극사실주의 회화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추상화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재즈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락을 좋아한다. 여기에 우열은 없다.

예술뿐만 아니라 체육, 요리, 공감, 가치관, 그리고 정치 같은 영역들 역시 기풍이 허락되는 곳이다. 여기에는 최적화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

어쩌면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가치들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르겠다. 가치관, 사랑, 공감처럼 효율로 따질 수 없는 것들 말이다. 효율의 시대 끝에 도달하는 곳은 결국 인간성이 아닐까?

그러니… 인간답게 삽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