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 — 예제 중심 교육과 마케팅에 대하여
2024년 7월에 인스타 스토리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모 대형 교육 플랫폼으로부터 강의 코스를 하나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딥 러닝 강의를 해 달라는 것이다. 고민했지만 끝내 거절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예제 숫자가 중요한 시스템
예제 중심의 교육 방식 좋다. 그러나, 예제 숫자가 중요한 시스템이 문제다. 이런 방식의 교육 방식을 ‘40가지 예제로 포토샵 한달만에 완전 정복’류의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이런 책은 으레 ‘네온사인 만들기’와 같은 챕터를 포함하고, 이걸 그대로 따라하면 네온사인 효과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주어지면? 네온사인이 아니라, 같은 기능을 활용해서 불꽃 효과를 만들고 싶다면? 내 말의 요지는 실제로 이런 불꽃 효과를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이런 방식이 정말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문제의 근원을 생각해보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느냐는 것이다.
학부 시절에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운영했었다. 멤버 중에서는 꼭 동아리를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공부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며칠 나오고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열정의 격차가 가장 큰, 아주 열정적이었다가 가장 빠르게 관심이 식는 사람들이 바로 특정 기능이 목적인 부류였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기능 밑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원리가 있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당 기능을 구현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다 배웠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예제 중심의 교육, 탑 다운 방식의 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예제 숫자만 중요한 교육은 위와 같은 이유로 장기적 관점에서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2. 마케팅
1.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40개의 예제, 한 달 만에 마스터, 이런 내용들은 너무 자극적인데다 대놓고 허황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40개의 예제를 할 줄 안다고 해서 이 사람이 정말로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되는가? 정말로 딥 러닝을 한 달 만에 마스터할 수 있는가? 내 생각에, 이런 광고들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이 강의는 아마도 도움이 될 것이지만 전문가가 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십시오.’ 이게 난 더 신뢰가 간다.
물론 회사이니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나? 사실, 꼭 회사 뿐만 아니어도 사기 치는 사람들은 많다. 다들 자기가 전문가에, 뭔가 대단히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과실이 달수록 벌레가 꼬인다고 했나. 개인의 분별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돈 버는 거 좋지만 나는 좀 더 솔직하게 내가 하고싶은 말 하면서 살고 싶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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