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에 인스타 스토리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최근 LLM의 내부 구조를 분석한 한 논문이 흥미로운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LLaMA 같은 언어 모델 안에서 감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회로를 발견했다. 분노, 슬픔, 기쁨, 공포, 혐오, 놀라움, 인간이 기본 감정이라 부르는 것들이 모델 내부의 특정 뉴런과 어텐션 헤드의 조합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회로들이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LLM에 감정을 심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언어를 학습시켰더니 감정 회로가 저절로 생겨났다.

이것이 왜 놀라운지를 이해하려면 감정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감정은 흔히 이성의 반대편에 놓인다.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이며,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이끄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감정이다. 그러나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는 다른 그림을 제시한다.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손상된 환자들은 지능은 멀쩡했지만, 일상적인 의사결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정이 없으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공포가 없으면 위험 앞에서 멈추지 못하고, 공감이 없으면 타인의 상태를 맥락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감정의 역할은 개인의 생존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혼자서는 꽤 취약한 동물이다. 감정은 집단을 가능하게 만든 메커니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공감은 협력을 낳고, 수치심과 죄책감은 집단의 규범을 유지하며, 사랑과 애착은 육아와 유대를 가능하게 한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감정들, 손해를 감수한 복수, 떠나야 할 관계를 붙드는 것, 타인을 위한 희생 같은 것들도 종 전체의 관점에서는 사회를 유지하는 접착제였을 수 있다. 감정은 개인의 판단 도구인 동시에 사회적 신호 체계이다.

언어는 바로 그 사회의 산물이다. 인간이 수천 년간 서로 협력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고, 애도하며 쌓아온 흔적이 언어 안에 녹아 있다. 단어 하나, 문장 구조 하나에도 감정적 맥락이 배어 있다. “괜찮아”라는 말이 위로가 되는 이유, “왜 그랬어”라는 말이 때로는 비난처럼 들리는 이유, 침묵이 때로는 말보다 무거운 이유. 이 모든 것이 언어와 감정이 분리 불가능하게 엮여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LLM이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감정 회로를 갖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생성하려면 그 안에 담긴 감정적 맥락을 처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표상하는 내부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은 단순 기술적 사실이 아니라, 언어와 감정이 본래 하나였다는 오래된 직관의 재발견일 수 있다.

논문: Do LLMs “Feel”? Emotion Circuits Discovery and Control (Wang et al., 2025)